의사선생님이 예전부터
갑자기 졸음이 오는 것이나 어지러워서 정신을 잃는 것에 대해 주의를 줬지만
나는 운전도 안하니 뭐 졸음이 오면 자고 어지러우면 눈을 감고 끝나기를 빌자는 심정으로 지내왔다.
와 그런데 바로 오늘.
묘하게 기분이 좋아져서 편한 의자에 앉아 오랜만에 막 쇼팽도 틀어놓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을 낄낄대며 읽다가 정말 깜빡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검은콩차를 끓이고 남은 삶아진 콩들로 콩자반을 만드려고 냄비를 올려뒀는데.
그리고 나는 긴 꿈을 꾸었다.
나와 예전 연구실 동료 언니들이 놀랍게도 모두 광고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소니의 허접한 보급형 헤드폰 (분명히 조동림 때문에 이런 꿈을 꾼 듯. 오빠 쏘니혈 씨에프!!!) 의 플라스틱 패키지 뒷면에 심지어 늠름한 목언니 사진이 딱 들어가있어서 미쨩이랑 한참을 낄낄 거리며 웃는 꿈.
ㅎㅎㅎㅎㅎㅎㅎ헿ㅎㅎㅎ...? 하고 일어나니까 간장이 약간 타는 듯한 냄새가 나서
콩자반에게로 뛰어갔다. 다행히 아주 알맞게 조려져 있었는데 (????)
정말 5분만 늦었어도 내가 좋아하는 냄비는 다 타버렸을 것이고 콩자반은 숯덩이가 되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게, 나는 분명히 약-중불에 올려놓았다고 생각했던 냄비였는데 무려 최강!!!!에 있었던 것이다.
오...와 세상에
정말 큰일날 뻔했다.
탄 콩자반, 탄 냄비, 불붙은 집, 불붙은 옆집, 낄낄거리다 죽는 줄도 모르고 행복하게 죽는 나 등등
많은 것들이 일어날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