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다 - 루시드폴
언제부턴가 다르게 들려
언제부턴가 다르게만 보여
혼자 끓인 라면처럼
혼자 마시던 쓴 소주처럼
이젠 내 입가에 머무네
그대, 내 귓가에 머무네
지금은 멀리 있다 해도
그렇게 스쳐간 그대 옷깃
지금 내 옷깃에 머무네
그대, 내 눈가에 머무네
책상 위 놓인 PC 속에
주머니에 든 호출기 속에
지금 내 눈가에 머무네
그대, 내 귓가에 머무네
잠시 그대를 잊고 있어도
멍하니 벽을 바라보면
문득 들리네 -
여기, 내 귓가에 머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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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림오빠 팬까페랑 팬블로그 구경하러 네이버에 오랜만에 로그인했다가 (남의 덕질 구경) 예전에 쓰던 내 블로그에 들어가보니 흘러나온 노래. 오랜만에 들어도 정말이지 여전한 노래다. 난 '버스, 정류장'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없지만 이 노래만큼은 정말 몇 달 동안 계속해서 반복해서 들었던 것 같다.
학부 교환학생으로 일년동안 UIUC에 있을 때 혹독하게 추운 날씨에 혼자 도서관을 자주 다녔는데 그 때 항상 듣던 노래. 루시드 폴님이 담담하게 부르고 있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 정작 난 항상 눈물이 터져나올 것 같다. 또 그 시절 내가 지니고 있던 감성 자체가 '그리움'과 '슬픔' 이었으므로. 그리고 처음으로 너무나 절절한 사랑을 했으므로.
오늘은 이 노래를 한참 듣다가 집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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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절절한 사랑에 대해서는 이 부분을 덧붙이고 싶다. 황경신 작가의 "반짝반짝 변주곡" 중,
너를 만난 이후로
나의 인생은 세 가지로 축약되었다
너를 향해 달려가거나
너를 스쳐 지나가기 위해 달려가거나
너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