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구어구

친애하는 당신께

조은피 2016. 7. 15. 15:50

친애하는 당신께,

오늘도 어김없이 당신께서 친히 심어주신
작고 모난 씨앗을 품느라
차가운 핏덩어리가 맺힙니다.

당신은 어쩌면 아주 복잡한 회로를 지닌 로봇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언제쯤 온전한 의사소통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까요 
제 일생동안 그런 날이 오긴 오는걸까요

당신께선 매번 잔인한 씨앗을 주시는데
저는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저에겐 비옥한 밭도 논도 없는걸요

이것은 너무도 애석한 일입니다.
그리고 고개조차 들 수 없는 비애감에 잠깁니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