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샤리사

Day 5 냉장고

조은피 2016. 8. 22. 01:47

          몇 달 전부터 조금씩 냉장고와 냉동실을 비워가기 시작했다.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영원히 안 먹을 것 같은 것은 전부 버리고 식료품을 새로 사기보다 있는 것들로 요리를 해먹었다. 장을 볼 때는 바로 요리할 재료들이나 이틀 정도 먹을 과일, 채소를 1-2개만 딱 그 때 그 때 사왔다.
          그동안 우리집 냉장고가 너무 작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젠 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냉장고를 부탁해만 보더라도 으리으리한 냉장고들이 너무 당연하게 등장하고 텅텅 빈 냉장고는 뭔가 걱정과 탄식의 대상이 되는 것에 익숙했던 것 같다. 크고 꽉찬 냉장고를 강요하는 사회라니!

 ​         나는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자꾸 까먹어서 제일 밑에 두 서랍은 한 쪽엔 시트마스크팩들, 다른 한 쪽엔 물고기밥을 보관해두었다. 그동안 한꺼번에 사두고 제 때 먹지 않아서 수많은 과일, 채소, 요거트, 두부, 두유 등을 버려왔는데 이제는 그럴 일도 없고 신선한 것들을 섭취할 수 있게 되었다. 

​          냉동실은 냉장실보다 더 작으니 상태가 더 안 좋았는데 이제는 생강, 고추가루, 청양고추, 대추, 마늘, 멸치, 다시마 등을 위주로 잘 정리해두었고 남은 공간엔 밥, 또띠아, 에다마메, 모듬베리 등을 얼려두었다. 

          어제는 냉장고 청소까지 싹 했다. 냉장실은 틈틈이 치워서 치울 게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은근 손이 많이 갔다. 손이 시렸다. 특히 냉동실은 따뜻한 물에 적신 키친타올이나 행주로 리드미컬하고 민첩하게 닦아내야 한다. 그러던 와중 보관한지 꽤 된 포장 간고등어를 찾았다. 오 세상에 대체 언제 산 것일까 ! 무쇠 스킬렛에 쿠킹오일을 뿌리고 간고등어를 올려놓고 그 위에 커리파우더, 생강가루, 마늘가루, 후추를 잘 뿌려주고 태국고추, 생강, 레몬그라스를 곁들여 오븐에 구웠다. 오래 보관했으니 혹시 비린내가 날까 두려워서 중간에 요리주도 뿌려 주었음. 결과는 !!! 하나도 안 비리고 넘나 맛있었다. 오랜만에 생선구이 ㅎㅎㅎ 팬프라이대신 오븐에 구우니 생선 냄새도 안나고 개이득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