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지

오늘의 세션

조은피 2016. 10. 4. 04:23

요 몇 주간 눈에 띄게 부쩍 좋아진 상태에 대해 말할 수 있었던, 그래서 조금은 낯설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상태가 많이 호전된다면 와 신난다 꼐이!!!!하면서 조잘조잘 잘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못했다. 어떻게 좋아지고 있는지 요즘은 하루 하루 어떤지, 기쁜 마음으로, 그러나 담담하게 얘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작 거의 한 시간동안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대체 왜

그동안 너무 너무 너무나도 힘들었다. 서러웠고 괴로웠고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그동안의 기억 +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약간의 안도감, 기쁨 같은 것들이 전부 다 엉망진창으로 섞여서 끈적끈적한 즙이 되어 나왔나보다. 나는 순식간에 우리집 원액기처럼 즙짜는 기계가 되어버렸다. 즙짜는 기계 1호 부스터 온! 이다. 

어쨌든, 지난 한 달간 유의미한 차도가 있었음이 분명했다. 이럴 때일수록 쉽게 들뜨지 말고, 그 무엇도 쉽게 기대하지 말고, 어떠한 희망 없이, 다만 묵묵히, 가만히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