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HF 3일차
3일차,
콜드브루커피
스트링치즈 2개, 자두 한 알
저녁 메뉴 : Pork chops marinated in red pesto with pesto mayo and spinach.
레드페스토 폭찹, 페스토 마요소스와 시금치 샐러드. 레드와인 한잔.
1. 폭찹에 레드페스토를 문질문질해서 버터를 녹인 무쇠팬에 투척. 레시피에서는 8분 중불에서 굽고 4분 약한 불로 마무리하랬는데 이 두께의 돼지고기는 절대 그 시간 안에 속까지 익지 않았다. 뚜껑을 덮고 더 구워줌.
2. 페스토에 마요네즈를 섞어 소스를 만든다. 페스토 1-2스푼에 마요 6스푼 비율이라는데 나는 어제 만들고 남은 페스토 크림으로 사용할 거라 마요는 그냥 적당히 넣었음.
3. 마찬가지로 어제 다 먹지 못한 시금치 샐러드도 꺼내서 곁들여 먹으면 끝 !
오늘 요리는 어제 만들고 남은 소스와 샐러드를 사용하고 폭찹은 굽기만 하면 돼서 유독 간편했다. 물론 맛도 꽤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폭찹 스테이크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소떼들이 반갑게 인사해준다는? 텍사스 달라스에 잠깐 들렀을 때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폭찹요리와 와인을 마신 적이 있었는데 그마저도 '음 그렇구나 맛이가 있긴 한데 으음 이런 맛이구나' 정도였음 ㅠㅠ
내가 고기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턱관절이 안 좋아서 조금만 오래 씹어도 턱이 아파 쉬어가며 먹어야할 때가 종종 있어서 스테이크처럼 두껍게 나오는 고기 요리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입맛이 개방적이라해도 어쨌든 한국놈이라서 내게 있어 고기는 두꺼워봤자 오겹살 정도에 고추장 쌈장 기름장 파절임 무절임 쌈채소 고추 마늘 같은 것들을 곁들여서 밥이랑!!! 같이 먹는 것이 짱이었던 것이다. 육고기 중에서는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편인데도 레알 살코기삘인 폭찹은 이런 점들에 있어서 그닥 좋아지지가 않는다. 굳이 두꺼운 고기를 먹는다면 덜 익혀서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소고기 스테이크가 훨씬 낫다. 돼지는 덜 익힐수도 없고 영 뻣뻣하고 질긴 느낌이랄까.
양키들의 입맛은 확실히 우리의 것과는 다르다. 놈들은 돼지뱃살 (포크밸리) 즉 삼겹살도 베이컨으로 만든 것이 아니면 잘 안 먹는다. 완전히 비인기 부위여서 아예 취급하는 마트 자체가 적다. 우리 동네 같은 경우엔 미국마트로는 홀푸드 정도에서만 취급한다. 집앞 마트도 상당히 큰 규모의 미국 마트인데, 정육코너에서 삼겹살 찾았다가 "우리는 그런 거 안 팔엉" 소리 들었다. 물론 값이 싸서 좋긴 하지만 뭔가 당연하게 구할 수는 없는 느낌이라 조금 서글퍼진다.
그리고 내가 느끼한 걸 잘 먹는 편인데도 페스토 마요 소스랑 두꺼운 돼지고기를 곁들여 먹은 것은 약간 빡셌다. 시금치 샐러드를 왕창 먹고 레드와인도 곁들여보고 자두로 입가심해보려 했지만 통 느끼함이 가시질 않아서 내 입맛엔 역시 별로. 역시 간장 소스같은 게 타베따잉다 ㅠㅠㅠㅠ뀨우
dietdoctor.com의 챌린지 레시피 중 1일차는 살사, 2일차는 페스토 치킨 캐서롤의 맛이 무척 훌륭하여 종종 해먹을 것 같지만 만약 내가 이번 요리를 다시 만든다면, 레시피를 반드시 변경할 것이다. 일단 소스를 바꾼다. 고기를 굽고 팬에 남은 기름에 버터를 좀 더해서 간장 설탕 식초를 넣고 농도를 맞춰 소스를 만들면 간단하면서도 친근하고 훌륭한 맛이 난다. 하지만 이 식단에서는 설탕을 쓰면 안되기 때문에 설탕을 스테비아로 대체해볼 것. 간장도 탄수화물이 들어가 있으니 되도록 적게 쓰도록 하고 돼지고기는 차라리 깍뚝 썰기해서 굽고 위에 소스를 부워먹는 게 내 입맛에 맞을 것 같다. 소스만들기 귀찮으면 디종 머스터드와 할라피뇨, 볶은 양파를 곁들여도 맛있을 것 같다. 또 마지막으로 폭찹 위에 레몬제스트를 뿌려 후레쉬함을 더하고 곁들이는 초록 채소 샐러드에는 레몬즙이나 화이트 와인 식초를 더해서 상큼함을 더하면 훨씬 입맛에 맞을 듯 하다.
**3일동안 저탄수 고지방 식단을 지키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들.
- 팬프라잉시 기름이 너무 많이 튀어서 부엌이 쉽게 더러워진다. 뚜껑을 덮어도 고기 구우면서 여기 저기 닦느라 정신없다. 고기 구울 때 연기, 냄새가 많이 발생한다. 이게 잘 빠지는 집구조가 아니라서 좀 곤욕스럽다. 오븐을 사용하면 이런 문제들이 어느 정도 사라지는데 조리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승질 급하고 배고픈 한 마리 짐승인 나는 ..... 안될거야 아마....
- 전반적으로 피부가 좋아진 느낌. 원래 악건성에 트러블도 잘 나면서 아주 예민하기까지한 짜증나는 피부를 지니고 있는데 기름을 먹어서 그런지 피부가 부드럽고 윤기가 돈다. 탄수화물, 당의 섭취가 줄어서 그런지 트러블도 오히려 줄었다.
- 목이 쉽게 말라서 물이나 차, 커피를 평소보다 많이 마시게 되었다. 수분 섭취를 많이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기도 한다.
- 기름 때문에 원래도 즐겁지 않은 설거지가 더욱 즐겁지 않다. 보통 디시워셔에 넣어도 되는 대부분의 그릇들은 물로 한 번 헹군 뒤 디시워셔를 돌리고, 디시워셔에 넣으면 곤란한 그릇들만 따로 설거지하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릇에 남은 끈적거리는 기름이 싫다. 후라이팬도 금방 더러워지고 .. 뭐 그만큼 성실히 무쇠팬 길들이기엔 좋아졌다는 게 모순이지만.
- 당연한거지만 주스 클렌징, 초저열량 식단 같은 것보다 후달리지 않고 배가 안 고프다. 원래 아침 점심을 잘 안 먹는 편이지만 그래도 대낮에 연구실에서 머리쓰다보면 당 떨어지고 기력 달릴 때가 있는데 그런 느낌은 확실히 줄어든 듯 하다. 또 먹는 것과 그 양에 대한 스트레스가 약간 줄었다. 원래 육고기, 치즈, 버터 등을 먹을 때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고, 거의 모든 식품들을 저지방 혹은 무지방에 저칼로리인 것들을 구입하려 노력해왔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그 점에 있어서는 좋은 것 같다.
- 그래도 역시 탄수화물과 당을 식단에서 섭취량 20g미만이 되도록 빼버리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 식단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게 되는 부분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나는 탄수화물을 매우 좋아한다. 특히 고추장, 조청, 흑설탕, 쌀밥, 고형카레, 밀가루류, 파스타, 감자, 소면, 라면, 치킨, 맥주, 떡, 빵, 과자, 온갖 종류의 과일들은 내 절친인데 걔네들에게 사요나라를 고하니 문득 밤하늘을 보면 나도 모르게 별 하나에 비빔면, 별 하나에 맛짬뽕... 중얼중얼
- 식비. 유기농 채소들, 항생제 맞은 적 없고 싱싱한 목초를 자시며 자라신 소와 녀석들이 짜낸 치즈와 버터, 자유롭게 뛰놀며 자란 닭과 녀석들의 알, 물살을 헤치며 와일드하게 살아오신 연어들, 고급지게 짜셨다는 양질의 코코넛오일, 올리브오일 같은 것들 위주로 사니 식비가 정말 엄청나다. 건강하게 리얼 푸드를 섭취하는 길은 말이 쉽지 정말 멀고도 험하다. 1-2불 짜리 라면 한 봉지 끓여먹으면 한 끼가 해결되는데 이 식단으로는 절대 그럴 수 없다. 물론 오일 같이 한 번 사두면 꽤 여러번 사용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좀 더 정확히 계산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써는 하루 두 끼를 제대로 외식하는 경우의 식비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국에서도 비싸겠지만, 비교적 육고기들이 싼 편인 이곳에서도 확실히 부담스러운 비용.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자기 자신에게 건강하고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니 더할 나위 없겠지만 나를 포함한 대다수는 식비로 지출할 수 있는 돈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 체중과 살에 관해서는 일주일 째가 되는 날 관찰할 것이다. 3일동안 적어도 찌지는 않았다. '지방의 누명' 다큐에서는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가 중등도 - 고도 비만이었기 때문에 효과가 더 크게 부각되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완전 표준 체중인 나를 대상으로 한 변화를 스스로 지켜보는 것에 의미가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