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inimalists_Day11. Trash
쓰레기들.
내 주변을, 더 나아가 내 삶을 잠식하고 있던 잉여들을 다 가져다가 1) 팔거나 2) 기부하거나 3) 버리는 것이 11일 째에 할 일이다. 버릴 것은 바로 모아서 버리고 팔거나 기부할 물건들은 며칠 내에 모두 내보낼 것을 권장하는데, 나는 몇 달 전부터 조금씩 이 작업을 수행해오고 있다. 일단 내 상태가 상태인지라 막 불타오르는 에너지로 으랏차! 하면서 이 작업을 단기간 안에 끝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고, 일종의 시행 착오를 줄이기 위해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어떤 물건에 대해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기를 권한다.
1. "이 물건을 마지막으로 사용했을 때가 언제지?"
2. "이게 내 삶에 가치를 더하는지?"
3. "이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는지?"
나는 현재 버릴만한 것들은 왠만큼 다 버렸지만 버리기에 너무 멀쩡한 것들은 아무래도 마음이 좋지 않아서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팔거나 기부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것들을 팔고 단체에 기부도 했지만 아직도 보낼 물건들이 꽤 많다. 이런 물건들은 우리집 현관에 큰 박스를 놓고 일단 그 안에 넣어두고 있다. 오늘이라도 당장 그녀석들을 처리하고 싶지만 사실 이게 또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특히 팔려고 하는 물건들은 사진도 몇 장씩 찍어야하고 사이트에 글을 올린다든지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약속을 잡고 만나야 한다든지 시간도 꽤 걸리고 참으로 귀찮은 과정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또 드물게 그 박스에 옮겨놓았던 물건이 요긴하게 쓰일 때가 있기는 있어서 바로 처분하는 것보다 임시 보관해두는 것이 나은 듯도 하다. 어쨌든 오늘은 꼭 귀찮아도 사진을 찍어서 사이트에 올리든가 필요하다는 지인에게 나눠줘야지.
어제 밥먹으면서 틀어놓은 시사프로에서 저장강박증에 걸린 할머니를 보았는데 할머니의 가족과 이웃들까지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차라리 결벽증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대한 미련과 미래에 대한 불안, 채워지지 않는 마음에 쓰레기로밖에 보이지 않는 물건들을 꾸역꾸역 채워넣던 할머니. 그렇게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게 된 그 분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렇게 저장강박증을 가진 분들의 사례와 너무 미친놈처럼 다 갖다 버리고 또 사고 또 버리는 분들의 사례 사이의 적당한 지점을 찾아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심플한 삶을 살고 싶다.
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어떻게 보냈냐고? 거참 아주 엄청났지. 고백컨대, 정말 필요한 것만 샀다고 생각했는데 돈을 엄청 써버렸다. 이런 딜은 앞으로 1년 간 없을거야!! 하는 생각의 강력함이란.. 그리고 12월에 또 30살되는 생일이 있었어서 셀프 생일 선물 준다고 안 사도 되는 것 (맥북이 들어가는 가죽 브리프케이스)에 돈을 쓴 것도 있지만.. 이건 조금.. 아주 약간 반성했다. 그 뒤로 또 한동안 뭘 안 살 줄 알았는데 거북이랑 물고기 관련 소모품이랑 소모품의 일종인 생활용품들, 영양제 같은 것을 사야 되더라. 무려 노쇼핑을 목표로 삼는 이들도 있던데 그건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http://www.theminimalists.com/21days/day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