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을 때 나는 청소도 정리도 영 잼병이라 엄마의 등짝 스매싱을 피할 수 없었다. 더구나 남자 형제들만 있으니 이런 면에 있어서는 뭔가 더욱더 하드코어하게, 와일드하게 살아왔던 것 같다. 그랬던 나를 구원한 것이 우연히 읽게 된 곤도 마리에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라는 책이다. 한국에 있을 때 그 책을 읽고 내 방을 바꿔나가자 엄마가 이제 좀 사람 사는 곳 같다고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짝짝. 하지만 엄마는 '버리는 것'을 유난히 못하는 사람이라 집이 깨끗하긴 한데 늘 뭔가 어수선했다. 엄마는 버리는 것을 못할 뿐 아니라 '싫어'했는데, 곤도 마리에 방식대로 내가 내 방 물건 중 많은 것을 갖다버리자 나한테 종일 잔소리를 하셨다. 심지어 도로 주워오셨다. 내 방이라도 당시엔 부모님 집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형태였기 때문에 내맘대로 완전히 방을 바꿀 수가 없었던 것이 큰 스트레스였다.  


          그러다 이억만리 타지에서 혼자 살아가게 되면서 모든 것이 내 통제권 안에 놓이게 되었고 다시 곤도 마리에의 방식을 따라 집을 바꾸는 시도를 했었다. 심지어 그 책을 들고 왔다. 내가 처음 그 책을 읽을 때만 하더라도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일본 현지만큼 반응이 뜨겁지는 않았는데 요즘은 집의 크기와 위생관념이 전혀 다른 미국인들까지 푹 빠진 모양이다. 그녀의 새 책 "Spark Joy" (한국명: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에 대한 반응역시 뜨겁다. 그녀의 정리법을 KONMARI 곤마리 방식이라고 칭하며 열렬히 따르는 이들을 일컬어 KONVERTS 라고 부르기까지 하는 걸 보면!  나는 평균 미국인들과 우리의 위생 관념이 정말 다르다고, 경험에 근거해 꽤 확신하고 있다. (특정 대도시 제외) 대개 큰 집에 카펫을 깔고 신발을 신고 의자에 앉아 생활하는 것이 전형적인 미국의 생활 방식이라면, 게딱지만한 아파트에서 환하게 형광등을 켜고 마루바닥을 싹싹 물걸레질해가며 맨발로 살아가는 것이 일본 (그리고 우리)의 생활 방식이다. 이 간극과 이로부터 발생하는 위생관념의 차이 때문에 까는 애들도 생긴 모양이지만 나는 할 수 있는 데까지 추구해보고 싶다. 발에 채일 정도로 넘쳐나는 청소 및 정리법 관련 서적 중에서 그녀가 '구루' 대접까지 받으며 큰 호응을 얻는 것은 그에 담긴 나름의 철학과 상당한 구체성이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다른 책들이 '공부를 잘하려면 필기를 열심히 해라'라고 써있다면 그녀의 책은 '공부를 잘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혹은 '필기는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대제목에 빨간 하이테크 0.4 펜으로 자를 대고 반듯하게 줄을 긋고..' 이런 식이다.


그녀는 말한다.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 뿐이다. 과거에 대한 집착,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


맞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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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단샤리사 at 2016. 8. 1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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