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하거나 팔거나.


          지난 몇 달간 지속적으로 해왔던 것인데 최근에 다시 안 쓰는 것들을 추려서 또 한인 중고장터에 올렸다. 크레이그 리스트에도 올리곤 했었는데 어떤 비상식적인 양키와 거래를 하게 될지 알 수가 없어서 ㅠㅠ 지역 한인 장터에 올렸다. 나는 아무리 물건이 새 것 같아도 일단 사람의 손을 거친 것이면 어쨌든 중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물건을 팔 때 아무리 상태가 좋은 것이어도 아주 싸게 팔아 버린다. 가격을 너무 낮게 올려서 사람들이 질에 대한 의심을 할 정도 -_- 레알 새 것 같은 것 맞습니다 알아주시지요 ㅠㅠ 그리고 그냥 막 끼워서 다 드리기도 한다. 어쨌든 나에게 필요없는 물건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니 넘나 잘된 일인 것. 그 물건들에게는 버려지거나 나같은 놈에게 안 쓰여지고 방치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인생일 것이다. 

          그리고 이게 지금 잘 하고 있는 건지 나 스스로도 긴가민가 했었는데 이제는 잘 하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언제 그런 느낌을 처음, 아주 강렬히 받았냐면 워킨 클로짓에 걸어놓은 옷과 옷걸이들을 통일하고 정리하고 난 후 였다. 정말 빽빽하게 숨 쉴 공간도 없이 옷들이 걸려 있었는데 여러 번에 (여러 포대기에) 거친 기부로 옷들을 대부분 처분하면서 늘 모자란다고 생각했던 옷걸이들이 한 박스 남겨졌었다. 옷걸이 종류가 다양해서 워킨클로짓에 걸린 옷들이 한층 더 뒤죽박죽으로 보였는데, 옷의 수가 줄어드니 옷걸이의 색이나 형태들을 쉽게 통일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남겨진 옷들을 걸어놓고도 남은 한 박스의 옷걸이를 내놓으니 뭔가 너무 후련한 나머지 심장이 뛰어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뭔가 뒷통수에 큰 구멍이나고 그 구멍으로 찬 바람이 솔솔 부는 느낌..? 휘바휘바?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통제력이 생긴 느낌이라 더 좋은 것 같다. 특히 건강이 너무 나빠져서 집을 치우기는 커녕 나 스스로조차 돌볼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더 행복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게다가 내가 사는 공간에 내가 진정 좋아하고 실제로 사용하는 것들만 남으니 뭔가 전체적으로 좋은 느낌 같은 것이 뿜뿜하는 느낌이고 청소랑 정리하기도 쉬어져서 예전보다 시간도 훨씬 덜 걸린다. 또 기부하거나 팔만큼 멀쩡한 물건들은 바로 처분하지 않고 한 달 정도 상자에 담아서 둔다. 그와중에 필요하게 되면 꺼내서 쓰고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게 될 것 같으면 처분하지 않으니 떠나보낸 물건이 갑자기 넘나 필요해져서 땅을 치고 통곡하고 아까워서 뒈져버릴 것 같고 그런 일도 없다. 물건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 과거에 대한 집착 혹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과거를 놓아주지 않으면 우리는 나아갈 수 없다. 미래를 두려워하면 현재를 온전히 살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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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단샤리사 at 2017. 1. 28.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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