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문제가 지속되어 하루 자면 하루는 못 자거나 낮밤이 완전히 뒤바뀐채 2-3시간 정도 자는 일이 계속 되었다. 금요일에 만나기로 했던 의사선생님과의 약속은 취소해야만 했다. 랩미팅 준비는 엉망이었다. 집중해서 일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설상가상으로 금요일에 의사선생님을 못 만났더니 주말에 먹을 약도 다 떨어지고 없었다. 그것은 사실 나를 몹시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주말동안엔 너무 자거나 가만히 누워있거나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기분 같은 것은 가만히 집 안에만 있었기 때문에 변동이 크지 않았다. 종일 자고 저녁에 일어나서 잠깐 뭔가 먹고 또 잠들었다. 일어나보니 새벽, 몇 시간 깨어있다가 아침에 다시 잠들고 다행히 수업 전에 일어나서 주스도 갈아마시고 학교로 왔다.
금요일에 잡혀있던 약속을 월요일로 옮겼는데 이번엔 내가 아니라 의사 선생님이 약속을 취소했다. 의사선생님 이자식 ? 당장 약 리필이라도 받으러 가야하는데 RX넘버를 알 길이 없었고 나는 무척 초조하고 불안해졌다. 일단 직접 가서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수업 끝나고 바삐 움직이는데 수많은 인파가 쏟아져나왔고 나를 밀치듯이 지나갔다. 어떤 녀석과는 아주 세게 부딪혔는데 안 그래도 불안한 상태여서 그랬는지 나는 쌍욕을 하고 싶었고 순간 화가 났다. 물론 금방 차분해졌고 연구실보다 먼저 헬스센터에 들러 꼭 약을 리필받아야하는데 RX넘버를 몰라서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고 안내 데스크 양에게 설명했다. 그녀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몰랐지만 파머씨 직원 분들에게 다시 물어보니 아주 유려하게 일을 처리해주셨다. 뭔가 미국답지 않은데? 어쨌든 20분 정도 걸린다고 해서 연구실에 짐을 놓고 다시 왔다. 앉아서 잠시 기다리는데, 어떤 애는 약값이 100불 이상 나온 모양인데 자신의 의료보험에 대해서 잘 몰라 곤란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저렇게 약값을 내라고 하면 학생 신분에 당황스럽겠지. 한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의 미래가 제발 이 나라의 것이 아니기를 빈다고 생각하는 찰나 내 약을 받을 수 있었다. 매번 강제로 선택하고 지불하는 학교 의료보험 덕분에 96.27불을 공제받고 10.7불만 냈다. 뭐 일단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연구실에 돌아와 망고 녹차를 우리고 빨리 일단 약부터 먹었다.
이맘 때 쯤엔 항상 간절기를 무시하고 뛰놀던 양키들이 수업시간에 크리넥스 티슈 한 박스 들고 와서 열심히 코를 풀곤 하는데 나도 뭔가 아슬 아슬한 것 같다. 주말동안에도 감기기운이 있었고 지금도 뭔가 재채기나고 콧물나는게 영.. 아무래도 오늘 같은 날은 집에 일찍 들어가면 좋겠다. 오늘 알렉사에게 물어보니 최고기온이 섭씨 26도 정도라고 하고 일교차가 커서 긴 가디건을 입고 나왔다. 바깥은 따뜻한 햇빛이 비치고 있지만 종종 선득한 바람도 부는 그런 날씨. 일명 가디건 날씨. 이런 날씨가 좋은데 이런 날은 금방 도망가버리니 벌써 아쉬워지려고 한다. 오늘 집에는 걸어가고 싶은데. 그래도 될지 판단이 잘 안 선다.
시카고에서 정신 팔려있다가 입은 손가락 화상은 다행히 많이 아물었다. 그렇지. 아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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