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골목길을 

혼자 털레털레 오르다 

지나가는 네 생각에

내가 눈물이 난 게 아니고


이부자리를 치우다 

너의 양말 한 짝이 나와서 

갈아 신던 그 모습이 

내가 그리워져 운 게 아니고 


보일러가 고장나서 울지 


책상 서랍을 비우다 

니가 먹던 감기약을 보곤

환절기마다 아프던 

니가 걱정돼서 운 게 아니고 


선물 받았던 목도리

말라 빠진 어깨에 두르고 

늦은 밤 내내 못 자고 

술이나 마시며 운 게 아니고 


보일러가 고장나서 울지


어두운 밤 골목길을 혼자 털레털레 오르다

지나가는 네 생각에 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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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촉촉하던 시절 무척 좋아했던 노래. 보풀이 난 하얗고 톡톡한 양말 한 켤레와 낡아서 글자가 바랜 오렌지 색 티셔츠, 라벤더 향 섬유 유연제를 떠올리던 그 때. 이제 나는 또 무엇을 그리워하게 될까. 수요일 저녁 마다 집에 빨리 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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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렛사판다 at 2017. 4. 2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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