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는 회사원이다.
"여!"
나이는 나보다 적지만, 휴학없이 바로 졸업해 취직했다.
"멀쩡하네?"
그녀는 홍보대행사인지, 광고 기획사인지에서 일한다.
"당연하지."
새벽에 출근하고, 한밤 중에 퇴근하는 회사원.
"정말 괜찮은거야?"
올해로 연애 2년째. 제대 후 소개팅에서 만난 그녀는,
"걱정했네."
생각만큼 예쁘지도,
"여러모로 죄송합니다."
생각보다 착하지도,
"밥은?"
생각외로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라마단 기간이라."
어쩌다 보니 연애를 하고 있지만,
"는 뻥이고, 먹고왔어."
불같이 타오르는 뭔가는 없었다.
"난 배고픈대."
오히려 그 반대로,
-메뉴판이요. - 감사합니다.
우리는 각자 너댓번의 연애를 하는 동안 열렬한 그 무언가는
"나 두개 시킨다?"
다 타버린 것 같았다.
"슈얼. 와이낫?"
적어도 나는 그랬다. 이미 다 태워 버렸다. 좀 더 예전엔 분명 뭔가 따뜻한 것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니 남은 것은 미적지근하고, 초라한 것 뿐이었다.
"저기요."
우리가 서로의 첫 사랑이었다면 더 좋았을까.
-이거랑, 이거 주세요.
모든 것이 서로에게 최초였을 그런 사이였다면 더 사랑했을까. 아마도, 우리가 다시 처음 연애를 하던 나이로 돌아가게 된다면,
"너무 많이 시켰나?"
각자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지금이기에 가능한 관계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좀 피곤해보이는데?"
서로 적당히 포기하고,
"잠을 못자서 그런가?"
서로 적당히 이해하고,
"다크 서클이 ..."
서로 적당히 미워하고,
서로 적당히 사랑하고,
서로 적당히,
너무 상처주지 않고,
"사실은"
너무 기억되지 않게.
"괜찮지 않대."
서로 적당히,
"그럼?"
그 정도가 좋지 않나 싶다.
"암이래."
"장난해?"
장난이면 좋으련만.
"말을 해."
"수술하면 된대?"
만약에 우리가 양이었다면,
-암 걸렸어메에 ~ -
얼마나 좋을까.
-그렇구나.-
그러면 그녀가 덜 슬프지 않았을까. 어느 날 내가 죽는다고해도,
-?-
별 생각이 없을 것도 같고.
"수술은 못한대."
하지만, 불행히도
-워쩌라고매에에 ~ -
우리는 양이 아니다. 양이면 좋을텐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녀는 아직 젊고 우리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 언젠가, 아니 머지않아 곧 내가 죽은 뒤라도
-식사 나왔습니다.
그녀는 그녀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게 뭐야..."
물론 슬프겠지만,
"니가 시킨거야."
길어야 2년.
"이거 말고오오. 이게 뭐냐고오.."
그리고나면, 나는 그녀의 다섯 번째일지, 여섯 번째일지,
"이게 뭐냐고오오.."
옛날 사람으로 추억되다
"짜증난다고오오.."
어느 날, 잊혀질 것이다.
"이게 뭐냐고오.."
나로서는
"이게 뭐냐고오오오..."
마지막 사랑이 되겠지. 뜨뜻미지근했지만.
-아만자 6화. "양"
김보통
Posted in : 어구어구 at 2016. 8. 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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