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이 손짓한다
오르막이 그랬듯이,
기억은 일종의
성취,
하나의 소생,
심지어
하나의 시작, 기억이
지금껏 몰랐던
새로운 무리가 사는
새로운 장소들을 펼쳐주니까
또 그 무리는
(설령 전에는 단념했던 것들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니까.
어떠한 실패도 완전한 실패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실패가 여는 세상은 늘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곳이니까
놓쳤던 세계,
생각지도 못한 세계가
새로운 곳으로 손짓해 부른다
어떠한 (잃어버린) 순백도 순백에 대한 기억만큼
하얗지는 못하다.
어스름 내리며 사랑이 눈뜬다
아직
태양이 빛나
그림자 드리워 있지만
이제 나른해진 그림자
욕망에서 떨어진다.
밤이 깊어가면서
그림자 없는 사랑
꿈틀대며
눈뜨기 시작한다.
절망으로 가득하고
이룬 것 없는
내리막에서
새로운 깨달음이 온다.
그것은 절망의
역전.
이루지 못한 것,
사랑이 거부 당한 것,
기대하다 잃어버린 것을 위해
내리막이 뒤따른다
끝도 없고 파괴할 수도 없는 내리막이.
- 내리막,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Posted in : 어구어구 at 2018. 4. 28.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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