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애는 드물 뿐더러 오래 지속되지 않지만, 내가 가장 사랑했고 그래서 나를 가장 처참하게 부숴버린 그는 스크램블 에그에 핫소스를 뿌려 먹는 것을 좋아했다.
나도 그렇게 곧잘 따라 먹곤 했다. 원래 스크램블 에그보다는 써니 사이드 업을 좋아하는 나는, 처음엔 그게 대체 무슨 맛일지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내가 아침 식사로 스크램블 에그에 핫소스를 뿌려 먹기까지는 그닥 길지 않은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혼자가 되고, 오랜 시간이 흘러 본디 내가 좋아하던 방식으로 달걀 요리를 해먹으며 또 오랜 시간이 흘렀다. 아주 오랫동안 나는 스크램블 에그도 핫소스도 그 둘의 조합도 그다지 찾지 않았고 (맹세코 의식적으로 피한 것은 아닌데) 지금은 그 맛조차 가물거릴 지경이 되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왠 질척질척 핫소스 타령이냐고? 오늘 저녁으로 만든 구운 양송이 버섯과 적양파와 닭안심을 곁들인 샐러드가 심심해서 한 번 넣어봤다. 그래서 스크램블 에그까지 생각나 버린게지.

'어구어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절감  (0) 2018.03.29
돌과의 대화  (0) 2018.02.13
안부를 묻는다는 것  (0) 2017.04.10
어떤 이와 가장 가까워진다는 것  (0) 2017.03.31
어느 사이에.  (0) 2017.03.08
Posted in : 어구어구 at 2017. 4. 11. 13:59
Currently comments want to say something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