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내가 이런 음악을 좋아하는 건." 언젠가 엠이 말했다. "요컨대 스페이스의 문제야."

"스페이스의 문제?"

"그러니까, 이런 음악을 듣고 있으면 내가 아무것도 없는 드넓은 공간에 있는 기분이 들거든. 그곳은 정말로 넓고, 칸막이 같은 것도 없어. 벽도 없고 천장도 없어.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아무 생각 안해도 되고, 아무 말 안 해도 되고, 아무 일 안 해도 돼. 단지 그곳에 있기만 하면 돼. 그냥 눈을 감고 스트링스의 아름다운 음악 소리에 몸을 맡기면 돼. 두통도 없고 수족냉증도 없고 생리도 배란기도 없어.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한결같이 아름답고 평안하고 막힘이 없어. 그 이상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아."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없는 남자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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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렛사판다 at 2019. 9. 22.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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