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동안 쇼미더머니 시카고 콘서트 다녀왔다. 무척 즐겁고 행복했다.
이 나이먹고 (그래도 그들 중 반 정도?는 동갑이거나 오빠들임 진짜임) 성치도 않은 인간이 항공 숙박비 체류비 들여서 힙합 공연보고 놀고 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웃기고 한심해보일지도 모르겠다. 반면, 만약 내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고 왔다고 하면 뭐 좀 약간 유별나게 돈을 들여서 고상한 문화생활을 하는 사람 정도로 인식할지도 모르겠다.
힙합이 아무리 인기가 많아졌다해도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다소 부정적인 인식이 변하기에는 한참 먼 것 같다. 대표적인 부정적 인식으로 말할 것 같으면 찌질한 것들이 모여서 세상 온갖 멋있는 척 다 하면서 돈 여자 차 얘기하고 허세부리고 욕내지 거친 말을 사용하고 괜히 센 척하고 지들끼리 싸우고 한심하고 멋없고 엉망진창 망했어요 ^^ 이런 정도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인식에 대한 반문으로 안도현의 시 '연탄 한 장' 을 인용하고 싶다.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단편적인 예로 가사를 저는 것에 대해서도 자기가 쓴 걸 자기 노래인데 그것도 까먹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너가 초등학생 때 담임 선생님이 내준 시낭송 숙제를 기억해보자. 정말 짧고 간단해보이는 한 단락의 시도 외우기 쉽지 않다는 것을. 그런데 그 방대한 양의 가사를 직접 쓰고 외우고 음악에 맞춰 노래한다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직업에 대한 이상한 귀천의식을 갖고 있는데 사실 예로부터 글을 짓고 그것을 운율에 맞춰 낭송하는 것은 당대 기득권자들의 지적 유희이자 일과였다.
랩퍼들, 키크고 개잘생기기까지 한 사람들 없다 (물론 예외적으로 조동림은 존잘). 환경이 풍요롭지 않았던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보통 그런 상황에서 한 달에 식비를 벌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일을 '꿈'이라는 이름으로 추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지금 성공하고 보란 듯이 떵떵대는 오빠들 소싯적에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 엄청 맞았을 거다. 집 형편도 안 좋은데 밖에 나가서 쓸데없이 뭐하고 돌아다니냐고 그까짓 노래같지도 않은 거 겉멋만 들어서 철없이 한심하다 이런 말도 많이 들었을 거다. 정말 이런 것들을 다 견디고 주변 사람들까지 울리면서 그래도 자기 하나 믿고 끝까지 꿈을 추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보통 그런 상황에 처해있으면 사람은 학습된 무력감에 젖어살다 병들고 망가지거나 별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하여 꿈을 꺾기 마련이다. 수구꼴통 세력들의 병크로 인해 '노오오오력'이라는 것이 평가절하되는 시대지만, 그들은 정말 그들 언어로 레알 '허쓸러'로 자신의 영역에서 바닥에서부터 성취해낸 것이다. 그런 건 자랑을 좀 해줘도 된다. 아니 해줘야 한다. 자신의 성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허세부리고 내세우는 것처럼, 겸손하지 않고 경솔하기까지 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이 사회가 너무 한 것이다. 대체 누가 이들을 비웃을 수 있나? 힘든 상황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위해 하염없이 뜨거워져본 일이 있는지?
랩퍼, 그들은 '이런 나도 했으니 너희도 할 수 있져!' 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삶', '살아가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을 한다. 그들의 노래를 듣고 누군가는 자신이 미처 내뱉지 못한 말을 대신 외쳐주는 것에 대한 후련함을 느낄 것이다. 그 중심에는 "야 얘들아 한 번 뿐인 인생, 살자, 살아가자." 라는 궁극적 메시지가 있다. 그들의 랩에 녹아있는 것이 곧 그들의 삶이기에 그들의 노래는 이제는 공감조차 안되는 흔해빠진 사랑노래보다 가치있고 매력적인 것이다. 삶에 대한 모든 의욕을 잃은 이는 미래를 계획하지 않는다. 꿈? 그게 뭐죠 어디서 개가 짓는 것 같다 멍멍? 난 그들의 노래가 이들까지 일으켜 세울 힘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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