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화가 싫다. 스트레스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맞춰주고 잘해주고 웃겨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항상 기본 자세로 깔려있다. 그러다보면 상대방도 나에게 그렇게 해주었으면 하는 기대감이 막 싹트기 마련이다. 사실 그 싹부터 싹 리드미컬하게 잘라 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많은 이들이 웃는 낯으로 잘해주고 웃겨주는 나를 너무 편하게 생각한 나머지 (과도하게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건지 뭔지 알 길이 없지만) 결국엔 선을 넘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귀어 본 적이 많지 않은 이들에게는 "이 사람과 친해졌다"가 곧 "이제 얘한테 함부로 해도 되겠다"가 되는 걸지도 모른다. 처음엔 나를 친하다고 생각하니까 저렇게 굴겠지 싶어서 정말 잘 참고 잘 맞춰줬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밑도 끝도 없는 무례함과 배려 없음을 더이상 참아줄 생각도 여유도 없다.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최근에서야 나는 어쩌면 나의 태도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사람들에게 그렇게 잘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그런 '어서오세요!' 하는 태도가 여기 저기서 차라리 몰랐다면 좋았을, 소름끼치는 사람들까지 불러온 것이다. 그동안의 나의 태도는 '광인 인력 법칙' 과 진배없다. 아주 그냥 뉴턴 납셨군. 그렇게 당하고도 중력 사과로 더 쳐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나에게는 함께 보낸 세월만 20년이 넘는,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만 있어도 위로가 되는 죽마고우들, 항상 큰 힘이 되어준 대학-대학원 친구들까지 심지어 집짐승들 마저 있는데 대체 나는 왜 내 살, 내 감정 전부 깎아 먹으면서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 했을까? 

          불화가 끔찍이 싫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사람들이 더 싫다. 아주 질려버렸다. 

          세상에는 잘 대해줄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위해 좀 더 가드 올리고 철벽칠 거다. 만약 몇 년 사귄 연인이나 친구가 이렇다면 정이고 자시고 시나브로든 단칼같이든 하루 빨리 끊어낼 것을 강력히 권고하는 바이다. 

 

1. 그냥 미친 사람 

: 의외로 첫 눈에 알아보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알아본 즉시 있는 힘껏 피해야 한다. 


2. 자신이 기분이 안 좋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짜증내고 화풀이하는 사람 

: 나에게 화풀이 하는 것부터가 이상한 것이라는 것을 즉시 인지해야한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내가 화를 달래줘야한다. 대체 왜 내가 눈치를 보면서 욕먹고 화까지 풀어줘야하지? 라는 생각을 해내야 한다 멍청하게 다 받아주지 말고. 이 부류의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변명은 '친하니까'다. 혹은 자기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것. 자신은 가족들에게도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좆까라. 


3. 자신의 신념, 가치관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 

: 게다가 그 생각이 매우 편협하고 왜곡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건 맞고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거란다 얘야. " -> 별로 어렵지 않은 이 문장을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것일 수도 있음. 

   - 그래서 내 신념과 가치관이 틀렸다, 혹은 이상하다고 평가하고 비아냥대는 사람

   - 그래서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으면 대화 자체를 단절해버리는 사람

   - 그래서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끝까지 우기며 관철시키려 하는 사람 


4. 지나치게 타인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 

: 이상할 정도의 관심을 표하는 경우, 표면적으로 나에게 잘 대해준다고 하더라도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이유 없는 호의를 완전히 믿고 받지 말 것. 상대는 나에 대한 세세한 스캔까지 끝난 상태다. 보통 이럴 경우의 호의는 나에게 상응하는 것을 바라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호의에 상응한 대가를 받지 못할 경우, 나에게 흠이 될만한 정보들을 통합하여 뒷담화 노가리 겁나게 깔 가능성도 무척 높다.  

   - 열폭 종자일 가능성. 나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상대가 "우와 좋겠다~~ 부럽다~~~" 류의 말을 높은 빈도로 사용할 경우, 나도 상대방을 잘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건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다.


5. 제 3자에 대한 이야기, 특히 욕을 하는 사람. 

: 굳이 만나서 남의 뒷담화까는데 열변을 토하는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 가엾고 딱한 마음도 들지만 가까이 해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6. 말 자체가 엄청나게 많은 사람 

: 에너지 레벨 높아서 좋겠다. 진심 부럽다. 하이톤이거나 목소리까지 크다면 금상첨화. 보통 본인 얘기만 하는 경향이 높고 너무 말을 많이 해서 잠깐 목이 아파 쉴 때 쯤 "너는?" 하고 예의상 물어볼 것이다. 그 때 성심성의껏 대답해도 상대는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속으로 다음에 늘어놓을 자기 얘기를 생각 중이기 때문이다. 


7. 매사에 불평 불만으로 가득한 사람

: 매일 매일 감사하며 살기도 힘든 세상. 사소한 것에 대한 끝도 없는 불평, 불만의 힘은 매우 강력하다. 전염성도 무척 강하므로 무조건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이런 분들은 sns나 인터넷 게시판 (까페 등)에 수동적 공격성으로 무장하고 반복적으로 글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 유명한 프로불편러) 암 걸리기 전에 빨리 언팔을 하는 것이 상책이다. 


8. 힘들어 배틀을 걸어오는 사람 

: 우리는 모두 고단하게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이다. 모두 자기 나름의, 크고 작은 힘든 것들을 안고 살아간다. 

  - A: 후 힘들어 -> B: 나두. -> A,B : 휴 -> A,B : 우짜노 힘내자 (이상적인 패턴)

  - A: 후 힘들어 -> B: 나두. -> A: 야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더 힘들어 -> B: ?? 어...그래 .. 그래라 


9. 타인을 단지 인맥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

: 술자리에서 선배님이 다가와 진지하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쓸모있는 사람이 되거라. 나에게. ". 엿먹어라 너부터 사람이 되거라  


10. 타인에 대한 배려없이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사람  

: 자기 생각밖에 못하는 부류. 전문 용어로 Theory of mind 의 실패 혹은 Mirror neurons의 부재. 그냥 뇌가 청순해서 별 생각이 없거나, 본디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간일 수 있다. 단순히 철이 없는 경우도 간혹 있다. 자기 자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유아론적 사고에만 갇혀있는 경우 타인의 입장을 생각할 인지적 능력이 발달하지 못한다. 근데 이제 내 나이 정도 되면 이런 분들이 나이가 적지 않은 것이 또 슬프게 다가온다. 자기가 먹은 떡국 정도의 나이값은 하는 것이 좋다. 어려서는 귀엽다거나 순진하다거나 순수해보일수도 있지만 나이 서른 넘어서는 그저 추할 뿐이다. 

    - A: 놀러가자 여행 가자 나 평일에 휴가냈음 -> B: 난 그 때 시간이 없어

      -> A: 아 ㅋ 일이 바쁜가? -> B: 아니 평일이라고. 너만 휴가 기간이지 나는 아니란다.   


11. 타인을 끌어내림으로써 자신을 높이려는 사람 

: 건강한 자존감이 형성된 적이 없는 가엾은 분들. 타인을 잡아 끌어내려야만 자신의 가치가 조금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간혹 친구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너를 교묘하게 돌려 까거나 둘이 있을 때도 너를 공격하는 마치 모두 까기 인형처럼 군다면 그건 친구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냥 친구라는 이름으로 네 옆에서 널 끌어 내려야만 본인의 열폭이 비로소 해소되고 자신이 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병신일 뿐이다. 


12. 자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아는 사람 

:  물론 자기 자신에게는 본인 스스로가 인생의 주인공, '뭐라도 되는 사람'맞다. 하지만 타인에게는 은근히 엄청 피곤한 부류. 

  - (feat. O-JIRAP)  본인은 뭔가 좋은 마음으로 내가 널 도울게!!! 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것이 지속적인 간섭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영원히 모름. 그리고 도움을 거절하거나 자기 멋대로 막 도움을 줬는데도 자신이 바라는 변화가 없을 경우 매우 서운해하고 힘들어함. 아니 대체 너가 뭔 줄 아는 거야?  

  - 자신이 얼마나 까다로운 호불호를 지닌 "특별한" 사람인지 직접 설파하는 경우. 대놓고 자신에게 맞추라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경우가 많다. 보통 자신이 유독 흔치 않은, 특별한 사람이고 다른 이들은 떨거지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인생이라는 무대는 네 것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님을, 그 사람의 인생의 무대에는 그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것을 영원히 이해하지 못한다. 


13. 타인을 멋대로 규정하고 그에 맞는 모습만 취사 선택하는 사람

: Confirmation bias. 넌 그 사람에게 있어 영원히 '이렇고 저런' 사람. 타인에 대한 본인 나름의 분석이 수반되나, 그것이 상당히 편협하고 결국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그렇게 출처 내머리인 타인을 만들어내고 멋대로 기대하고 그 모습을 강요하기에 이른다. 




          

          결론은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으며, 모두와 잘 지낼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지금 내게 주어진 소중한 관계들에 더욱 집중하고 광명을 찾자. 인생은 하나 뿐이고 짧다면 너무 짧기까지 하다. 

'두랄루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0) 2017.02.05
야 나도 버킷리스트나 작성한다  (0) 2016.11.10
지겨워.  (0) 2016.10.21
쇼미더머니 !  (0) 2016.09.08
힘내  (0) 2016.09.03
Posted in : 두랄루민 at 2016. 11. 8. 17:47
Currently comments want to say something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