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랄루민 - 49

  1. 2020.10.08 가다듬기
  2. 2019.10.19 셀린디온과 우버
  3. 2019.07.30 폴이 남긴 암호 풀이 - 3 & 4
  4. 2019.07.30 헤밍웨이
  5. 2019.07.30 폴이 남긴 암호 풀이 - 1 & 2
  6. 2019.07.30 폴이 없다 !
  7. 2019.05.16 중국 이빨이 도착했다
  8. 2019.05.03 해피해킹 타입에스 HHKB TYPE-S 백무각
  9. 2019.04.20 음음 와인 두 잔
  10. 2019.01.07 어쩐지

요즘 자꾸 초등학교 때 찰흙 놀이하던 생각이 난다. 

사실 수업의 일환이었으므로 '놀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아무튼.

난 미술 수업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그 소재가 찰흙일 때는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처음 만지는 찰흙은 꽤 딱딱하고 이상한 냄새도 나는 것 같고 만져보면 거친 모래들도 느껴졌다.

그 조악한 플라스틱 찰흙 받침 같은 거도 싫었다. 그닥 쓸데없는 플라스틱 조각칼 같은 거도 달려있는 게 어쭙잖았다.

그래서 찰흙으로 뭘 만들라고 하면 "이걸로 뭘 만들라고 이놈들아 ㅎ ㅏ 대한민국에서 초딩질하기 빡세네" 이런 생각이나 똥이나 만들자는 생각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나저나 그 시절 찰흙을 요즘도 팔까? 이렇게 말하니 내가 영락없는 틀딱인 게 느껴져서 조금 슬프다.

그건 어떻게 제조되는 것이었을까? 어디 축축한 흙 퍼다가 네모로 잘라서 포장하나 진용진님 도와주세여!! 

 

아무튼 내가 하려던 이야기는 사실 '잘 가다듬는 것'에 대한 것이다. 

어떤 애가 수업 시간에 찰흙으로 결이 정말 곱고 예쁜 구형의 사과를 빚어낸 것을 보고,

"아니 그 비루한 찰흙 너나 나나 같은 것을 썼을텐데 어떻게 저런 걸 만들었지? 나는 그냥 똥만드는 기계인데?"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걔랑 그닥 친하지도 않았고 내성적이었음에도 용기를 내서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봤다.

그러니까 걔가 하는 말이, 

 

"이걸 공모양으로 만들어서, 아주 오랫동안 손으로 만져주면 돼. "

 

왜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직도 그 아이의 이 대답이 종종 머릿속을 맴돈다.

요즘 나는 나 자신을, 내 하루를 가다듬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오랫동안 계속해서 가다듬는 것. 

이게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어느 하나도 쉽지 않다. 

 혜선아 잘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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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두랄루민 at 2020. 10. 8.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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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 살게 된지 이제 꽤 오래되었다. 그동안 여기 살면서 '이건 확실히 사는데 제법 도움이 된다' 생각한 게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수상 혹은 위험해보이지 않을 것'. 동양 여자에 대한 편견이 있어 왠만해선 그렇게 봐주지 않기도 하지만 개개인을 중시하고 언제 어디서 빵야 빵야 시밤쾅할지 모르는 곳이다보니 분명 모두에게 보이지 않는 가드같은 것이 존재하고 자연스레 나도 지니게 되었다.  

     여태 운전 버진인 게으른 나는 다른 도시에서나 공항 왕복을 해야할 때 우버를 애용하는데 나의 가드는 그 때 많이 올라가는 것 같다. 워낙 범죄 관련 다큐나 창작물을 좋아해서인지 '남이 모는 차' 라는 배경에 아주 자연스럽게 신경이 곤두서는 것이다. 오늘은 밤 비행기로 주말 동안 잠시 시카고에 갈 예정이라 공항에 가려고 우버를 불렀는데 기사님의 첫인상이 범상치 않았다. 우리 동네에선 흔치 않은, 바로 내가 티비에서나 가끔 보는 금목걸이 쩔렁 쩔렁 뻔쩍 뻔쩍 형님 샤쓰를 걸친 그런 분이었다. 보통 트렁크에 넣을 짐이 있으면 기사님들이 트렁크를 열어주고 짐도 대신 들어서 넣어주시는데 이 놈 아니 이 분은 운전 좌석에 앉아 고개 하나 내보이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쿨한 첫만남에 나는 아마 그 때부터 제법 긴장을 했을 것이다. 뭐 짐 같은 것은 아무렴 나 스스로 얼마든지 번쩍 번쩍 들 수 있기 때문에 알아서 트렁크에 짐을 잘 넣고 조심스럽게 뒷좌석에 앉았다. 우리 동네는 이제 제법 추운데 창문을 앞 뒤로 열어 놓고 달리는 것이, 자유로운 영혼 혹은 흡연자의 습성 같기도 했다. 예전엔 나도 한동안 그렇게 살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일단 안전 벨트부터 채웠다. 공항 가는 길은 차로 25-30분 정도 걸린다. 나는 어릴 때부터 미용실에 가든 남의 차를 타든 모르는 사람과는 대화없이 조용히 있는 것을 선호하는 쭈구리라 우리는 그렇게 나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침묵 속에 함께 차를 타고 달리고 있었다. 정작 운전을 하는 그는 그것이 썩 편치 않았는지 아니면 오늘따라 그냥 좀 심란한 일이 있었는지 블루투스로 노래를 엄청난 볼륨으로 틀기도 하고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 저리 채널을 돌리기도 했다. 아 이게 혹시 말로만 듣던 흑형의 초조한 스웩 같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나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그저 한동안 창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공항에 가까워오자 나는 항공사를 알려줄 요량으로 그 쪽을 바라보았는데 아니 이 놈이 아니 이 사람이 운전 중에 앞은 안 보고 폰만 보고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한참을! 아니 대체 얼마나 저러고 운전을 해온 것인가! 저정도의 운전 중 딴짓은 우버에 대충 귀띔만 해줘도 바로 전액 환불과 사과 메일을 받기 마련이라 공항에 도착하는대로 항의 메일을 써주는 것이 서로에게 좋겠군 이라고 생각하던 중 그가 갑자기 깜빡이 비슷한 것도 없이 내게 말을 걸었다.

 

"너.. 셀린 디온 알아?"

- ".................?..으응?"

 

난 그 때야 그 사람의 얼굴을 처음으로 제대로 보았다. 나야말로 내멋대로 그가 험상궂게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었는지 내 생각보다 훨씬 어리고 순진해보이는 얼굴로 그는 미소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거 셀린 디온 노랜데.. 셀린 디온 알아?"

- "응 알지 타이타닉아님? ㅇㅇ"

 

"응응 그 셀린 디온이 이번 주 일요일에 콜럼버스에 공연와"

- "아.. 그렇구나. 너도 갈거야?"

 

"(만개한 미소) 응! 꼭 가야지.이 노래 셀린 디온이 불어로 부른 건데 내 모국어가 불어거든?!" 

 

-하면서 그는 불어로 졸라 자유롭게 셀린 디온의 노래를 크게 따라 부르기 시작했고 그는 무척 행복해보였다. 그 순간 나는 항의 메일을 쓰는 건 그만두자고 생각했다. 그는 그저 며칠 뒤 자기가 좋아하는 셀린 디온을 직접 보고 모국어로 노래를 따라부를 생각에 조금 들떴을 뿐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쑥쑥 올라가있던 내 가드가 주르륵 힘없이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의 마중을 받으며 공항에 잘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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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두랄루민 at 2019. 10. 1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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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님이 울고 가실 세번째 괴쪽지. 몬소리여 이게 대체 

 

나는 이 쪽지를 발견하고 곧 정공법을 포기했다.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폴은 과학자말고 암호요원 같은 걸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이 쪽지에서 풀어야할 것은 지금까지의 문제들로 미루어보았을 때 숫자 혹은 글자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0 부터 9, a 부터 알파벳 순으로 하나씩 끼워 넣어본 결과, 답은 i 

 

bit.ly/paulscottii 

 

조부님의 이름을 걸고 답은 이거다. 왠지는 쉿.

그리고 나온 "RYUNGLEMON". 내가 어렸을 적부터 갖고 있는 타로카드 상자에 써있는 글씨이다. 불길한? 마음으로 상자를 열자 네번째 괴쪽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네번째 괴쪽지. 뒷면보고 나도 모르게 빵터져버렸누 이색2 남몰래 아티스트였누 

폴은 새를 좋아하고 나는 개를 좋아한다. 폴은 그 중에서도 특히 펭귄을 좋아하고 나는 렛서판다를 좋아하는데 (응?) 아마 본인이 지니고 있는 미감이라는 걸 이 쪽지에서 폭발시켜버린 것 같다. 원본으로 의심되는 사진 몇 개를 들고 오려고 했지만 급현타가 와서 그만둔다. 윗쪽에 그려진, 왠지 모르게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펭귄이 마카로니, 아래쪽의 브릿지 넣은 쌍팔년도 양아치스러운 펭귄이 롹호퍼 펭귄임을 조모님의 이름으로 확신한다. 그런데 아무리 정답을 쳐넣어봐도 링크가 열리지 않았다. 알고보니 출제자의 작은 (..) 실수가 있었다. 뭐 출제자도 닝겐이니까요 뭐하는 새끼야 이거ㅜㅠ엄마 몰라 무서워 ㅠㅠ 어쨌든 아나그램을 했다고 치면 답은 romance.

 

bit.ly/psromance  

 

여기로 들어가보면 "Book: Pandora's Lab (in bookcase, page 157)" 이라고 꽤 친절하게 다음 쪽지의 장소가 적혀있다. 예상대로 나는 곧 내 책장에서 판도라 랩이라는 낯선 책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렇게 157쪽을 펼쳐 보았는데..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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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두랄루민 at 2019. 7. 30.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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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이름에 끌려 들어온 오늘의 까페. 

     어제의 쾌적했던 톰슨 라이브러리를 시작으로 오늘은 콜럼버스 도심에 있는 까페에 왔다. 차분히 내리는 비, 콜럼버스에 꽤 오래 살았지만 아직도 낯선 다운타운 빌딩 속에 숨어있는 작은 헤밍웨이. 퍽 기대가 되었다. 의외로 빌딩 뒤에 숨어 있었는데, 1920년대의 빠리 쌀롱을 추구하는 듯 했다 .. (감히 20년대 갬성을 이렇게..) 미국이니까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도록 하자. 여기는 특히 좁은 테이블, 찾을 마음도 딱히 안 드는 아일렛, 불편한 의자, 좀 부담스럽게 친절하고 목소리 큰 점원 등의 문제로 죽치고 앉아서 일을 하기에는 내게 이상적인 곳이 아닌 듯 하다. 이렇게 낯선 까페에서 세상에 이런 걸 진짜 돈받고 파나? 싶게 못생긴 핸드메이드 쿠키를 팔면 어쩐지 꼭 사먹어보곤 하는데, 맛은..글쎄요.. 커피는 폴과 자주 가서 익숙한 럭키브로의 것이어서 나쁘지 않았다. 어쩐지 도시가 더 그리워지는 날, 가볍게 책 한 권 들고 와서 읽다가는 정도가 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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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두랄루민 at 2019. 7. 3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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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폴은 떠나기 전에 내가 혼자 남아서 쓸쓸할까봐 수수께끼 암호들을 집안 곳곳에 숨겨 놓았던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귀여운 짓을 감히 해놓고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몇 주 전 집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이상한 쪽지를 발견하면서 (정리, 청소를 자주 하는 편) 폴의 수수께끼 암호 쪽지 시리즈 중 하나를 먼저 발견해버린 것이다. 폴은 무척 당황하며 그 쪽지를 내놓으라고 버둥댔지만 나는 이미 폰사진으로 찍어서 증거 박제.. 폴에게 이게 뭐냐고 추궁하다가 자기가 없는 동안 혹시 심심할 나를 위해 마련한 게임이라는 걸 깨달은 뒤로는 더이상 묻지 않고 폴이 떠나는 날까지 모르는 척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내 캠핑의자 테이블에서 괴쪽지 하나를 발견하는데.. 

 첫번째 괴쪽지 갓뎀퍼킹 영어도 힘든데 시작부터 모스부호냐 나 외국인이라고

 

첫번째 쪽지의 열쇠는 모스 부호였다. 

쪽지 뒷면의 점과 막대기를 모스 부호로 풀이하면 

"paul loves you".

 

http://bit.ly/paullovesyou 로 들어가보면

두번째 힌트인 "Ice Skates" 가 나온다. 

나는 아이스 스케이팅을 좋아해서, 집에 내 피겨스케이트가 있는데, 그 스케이트 깊숙한 곳에서 두번째 쪽지가 나왔다. 

두번째 괴쪽지 이쯤이야 순식간에 풀지 

음? 이게 뭐람하고 곧바로 힌트가 있는 웹페이지로 들어갔다.

아 또 이런 식의 암호라 이거지? 

숫자# 으로 된 코드 세 개에서 6글자를 도출하는 것이니까 

코드 한 개에서 알파벳 두 개씩. 

"moomin"

그렇다 무밍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하마스러운 핀란드 캐릭터다. 

bit.ly/paulmoomin 으로 들어가보면 

이런 문장이 써있다.

 

"A cat holding a fish is sat next to two mice. They look out at a tank full of fish." 

 

폴네 어머니가 부활절 선물로 보내주신 미키, 미니마우스 인형 옆에 엄마와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하나 골라온 붕어를 들고 있는 고양이 자기가 있는데 그 속에 세 번째 쪽지가 들어있었다. (미키, 미니마우스와 고양이 자기 쪽에서 우리집 개큰 어항이 잘 보인다.)

 

세번째 쪽지는 다음 이 시간에... (아직 못 풀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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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두랄루민 at 2019. 7. 30.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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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이 어제부로 그놈의 몹쓸 공부를 굳이 더 열정적으로 하기 위해 씨애틀로 떠났다. 같은 연구자로서 그런 그를 존경하고 존중하는 바이다. 그는 2주 간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그 다음 바로 1주 간 가족여행으로 아이슬란드로 떠날 것이다. 올 여름도 역시 병마와 싸워야 했던 나는 폴과 가족여행을 함께 가는 것 대신 새학기 시작 전에 밀린 일을 마치기로 하고 남았다. 단지 오랜만에 홀로 남겨진 것의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매일 매일 다른 장소로 이동해서 일을 실컷 한 뒤 집에 돌아와 그동안 미뤄왔던 집정리를 하나씩 좀 더 섬세하게 할 예정이다. 오늘이 바로 DAY1인데 의사 선생님과 약속이 있고 지도교수님과 미팅도 있어서 달리 먼 곳?으로 떠나지는 않고 우리 과 건물 바로 옆 학교 도서관에 자리를 잡았다. 

 

옛다 도서관 경관샷. 경관이 좋다 못해 학교 방문객들의 필수 코스라 그닥 조용하진 않습니다. 흔들 의자에 흔들 흔들 앉아서 경관 한 번 나같은 놈 한 번 보고 돌아가는 듯. 낄낄대지만 않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우리 과 건물 바로 옆 도서관인데도 주로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참으로 생경하게 느껴진다. 마치 먼 곳으로 여행을 온 느낌이다. 이런 식으로 아주 간단하게 하루 하루를 좀 더 특별하게 만들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이루어질리가 만무한 내 로망 중 하나는 거주지 없이 훌쩍 훌쩍 비행기를 타고 떠나 세계 여기 저기서 철새처럼 생활하는 것인데, 사실 이정도랑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물론 그 쪽이 훨씬 피곤하겠지만. 그래서 이 쪽이 더 에너지, 돈, 시간, 실현 가능성 등 모든 면에서 더 나은 선택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내일은 또 다른 곳에서 일해볼 것이다. 

 

     보드 게임과 방탈출 류의 머리쓰는 게임을 좋아하는 폴이 혼자 꽤 오래 남겨질 나를 위해 수수께끼.. 암호 같은 쪽지를 남겨두고 떠났다. 쪽지의 글과 의도에서 느껴지는 그다운 재치에 미소가 나왔지만 존나 모르겠는데? 이걸 어떻게 풀라고?? 3주 안에 풀 수 있는 암호인지 잘 모르겠다. 폴이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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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두랄루민 at 2019. 7. 30.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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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밝혔듯이 나는 우리 해피 (*해피해킹 타입에스 키보드) 에게 끼얹을 키캡놀이 같은 걸 계획하고 있다. 울2햅삐 

 

키캡놀이 구상도 

일단 7월 말에야 배송을 시작한다는 배짱 좋은 곳에서 레진으로 주문 제작된 투톤 키캡 몇 개를 주문했고 (레알 이빨) 키보드 매니아 사이에서는 꽤 알려진 중국 사이트에서도 (어른의 사정) 추가로 키캡 여러 개와 오렌지 색 린다 케이블을 시험삼아 주문해보았다. 이 중국 사이트의 키캡은 레진 아니고 평범쓰라 당연한 건지 몰라도 앞서 주문한 사이트와 가격차가 엄청 났다. 무척 쌌다! 그래서 당연히 퀄에 대해서는 반신 반의하는 마음으로 큰 기대없이 주문했는데 그 분들이 의외로 주문 처리 속도도 빨랐고 해외 배송(중국->미국)도 신속히 해줘서 놀랐다. 일단 서비스는 진정한 대륙의 크라스를 반영하는 것 같아 안심했다. 제법이시군요? 후후 

 

그렇다면 키캡 상태는?

 

키캡, 린다 케이블 장착. 어머 뭐야 이거 좋아 

가격이 가격이라 굉장히 마감이 허접하거나 색이 제법 구린 플라스틱 키캡이 올 줄 알았는데, 색상도 생각했던 대로 잘 나왔고 마감 상태도 나쁘지 않은데다가 키보드 각 열에 맞춰 키캡 생김도 바르고 암튼 제대로 주문한대로 잘 보내주셨다 (function키, *키, 방향키를 표시하기 위해 일단 6개 주문). 일단 겉모습은 합격이고 키감은? 나는 기존 해피해킹 오리지날 키캡에 비해 키감에서 현저한 차이가 느껴진다면 얘네로 바꿔끼지 않고 그냥 쿨하게 버릴 생각이었으나 어머 이 키감 뭐죠? 전혀 차이를 모르겠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결론적으로 말해 좋은 구매였습니다 (급 존댓말). https://kbdfans.cn 의 기본 토프레 키캡, 색상도 키감도 마감도 가성비 쩌는 것 같습니다. 린다 케이블도 싸고 귀엽고 제대로 기능합니다 (그래야지). 해피해킹을 쓰시는데 비교적 싼 값에 키캡 놀이 하고 싶다 혹은 이걸 내가 직접 염색하기는 좀 빡세다 하시는 분들께 강력 추천드립니다. 사용한지 며칠된거라 내구성까지는 못 말하지만 암튼 제 결론은 그렇습니다. 

 

레진으로 주문 제작하는 곳에서 이빨 (Shift, 백스페이스) 이 도착하면 다시 리뷰를 남기도록 하겠다 (급 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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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두랄루민 at 2019. 5. 16.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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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연구실에 키보드를 들고 왔다. 어찌됐든지 간에 멤브레인 키보드보다는 시끄러울 것 같아서 좀 조심스러웠는데, 에어컨 소리가 하도 커서인지 전혀 거슬리지 않는 것 같다. 물론 나를 엄청 사랑해주는 데다가 엄청 둔한 랩메이트와 한 방을 써서 마음이 놓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거두절미하고 해피해킹 타입에스를 며칠 사용해본 결과, 평생 키보드로써 굉장히 좋은 소비였다는 생각이 든다.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군더더기 없는 물건이다. 

  사람들이 손사래치는 해피해킹의 괴랄한 키배열은 그닥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다만 ~ <-요거. 물결 버튼이 말도 안되는 곳에 붙어있다는 거랑 방향키 등은 소올직히 아직 좀 불편한 듯 하다. 익숙한 단축키를 별 생각없이 쓰다가는 강제 종료를 해버리는 수가 있다. 엄마한테 카톡 보낼 때 엄마 말투 따라하려고 ~~~~~~~~~~~~ 물결을 많이 쓰는데 그 때마다 위치를 헷갈려서 창을 종료... 그냥 엄마에게도 보통 나의 말투로 카톡을 보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은근히 * 를 많이 사용하는데 무각이다보니까 요게 위치가 약간 헷갈린다. 가만보자 12345678 아 여기구나! 또 이 키보드를 사용하기 전까지는 미처 몰랐는데 내가 백스페이스를 참 많이 쓰는 편이더라. 처음에는 이게 어딨는 건가 좀 당황했는데 키보드 앞 쪽 딥스위치 설정으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모든 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나도 키캡놀이를 해볼 예정이다.. (예? 안돼애ㅐ애애 이렇게 거지가 됩니다) 아니 무슨 키캡 하나가 이빨 가격이야 기계식 키보드 한 대 살 수 있어 레알 

  나는 맥유저로 딥스위치는 2, 3, 6번을 켜놓고 사용 중이다. 이렇게 설정해놓으면 키보드가 맥 모드로 바뀌어 커맨드, 옵션 키를 별 다른 추가 설정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또 오른 쪽 상단의 삭제키를 백스페이스로 바꿀 수 있고 자판을 치면 자고 있던 컴퓨터가 일어난다 (일어나세요 용사여) 어떤 맥유저들은 자판을 눌러도 컴퓨터가 안 깨어난다고도 하는데 내 경우엔 잘 되는 것 같다. 단 체감상 반응 속도는 느린 편이다. 컴퓨터가 부시시 헤롱헤롱 깨어나는 기분이다. 사용하는 OS가 최신이라 '이 잘났지만 세상에 태어난지는 꽤 된 키보드'의 사용이 어떨 것인지 의심스러웠으나 회사 홈페이지에 가보면 가장 최신 맥OS까지 테스트를 끝내고 드라이버도 업데이트해서 지원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또 혹자는 딥스위치 설정이 안 먹는다! 망했다!하는데 그럴 때는 키보드를 컴퓨터에서 부드럽게 분리했다가 스윗하게 재연결하면 딥스위치 변경이 비로소 적용됩니다. (설명충) 

  키보드에 대해서는 주문한 이빨이 도착하면 사진을 올려보는 걸로 한다.

  

   

해피해킹 타입에스 맥 모드, function키 사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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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두랄루민 at 2019. 5. 3.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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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거의 마시지 않게 되었는데, 오늘 기분 전환 겸 혼자 나와 레드 와인 두 잔을 마셔버렸다. 하하 

어 취한다 거 어어.. 호롤로로롤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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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두랄루민 at 2019. 4. 20.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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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좋은 한 해가 될 것 같은 예감. 


나는 잘 살아있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무척 감사했고,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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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두랄루민 at 2019. 1. 7.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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