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겹다.
언제 올지 알 수도 없는 미래의 어떤 시점을 위해 사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생각하는 '그런' 미래는 아마도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그 미래-도대체가 실체를 알 수 없는 어떠한 것-을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현재를, 내일이 없을지도 모르는 이 소중한 하루 하루를
필요 이상으로 구질 구질하게 보내고 있는가.
어느 정도의 절약과 검소함, 아둥 바둥 사는 삶이 혹여 미덕일 수 있겠지만,
아주 높은 확률로 현재의 삶, 진짜 삶은 등한시되고 희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진짜 별 것도 아닌 사소한 것으로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현재의 삶을 한층 더 적극적으로 구질 구질하고 궁상 맞게 그것도 부지런히 아둥 바둥 살 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희생은 고귀해, 내 미래의 삶은 그만큼 반짝 반짝 빛나고 행복하겠지!라고 애써 자위하겠지.
그리고 반짝 반짝 빛나는 행복한 나날이 이제는 좀 올 때가 된 거 같은데? 싶을 때는 이미 지치고 너덜너덜해진 몸뚱아리 하나 남은 것이 전부라 그저 어리둥절할 것이다.
그렇게 고귀하게 희생해서 모은 건 다 어디갔냐고?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쳐먹었냐?
누가 다 먹은 거 아니고 쭈굴 쭈굴 앙상해진 네 손바닥에 고이 고이 썩어 문들어져 있다.
바싹 말라서 다 부서져 버린 것들은 짧은 한숨에 훅 다 날아가 버렸다.
남은 건 손바닥 안의 먼지 냄새 뿐이다. 참으로 고귀한 희생의 결과군.
이게 뭐라고. 그까짓 것 다 뭐라고.
단언컨대, 나는 지겹다.
무척 지겹다.
지금 내가 서있는 자리에서는 하나의 작은 '점' 내지 말 그대로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는,
미친듯이 멀리 떨어져있는, 혹은 사실은 아예 존재한 적 조차 없는 허상을 향해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지금 이 순간 확실하게 살아 숨쉬고 있는 나를 희생시키는 것이.
행복? 나중에 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지금 생명줄 당겨 쓰고 있냐.
행복이란 것은 사실 아주 멀리 저 멀리 어딘가에서 허공에 뜬 채 반짝이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아니라,
매일 매일 내 피부에 딱 달라붙은 것처럼,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소소하지만 빈번한 즐거움이다.
"엄청난 한 방!!!!의 엄청난 즐거움!!!! 왘ㅋㅋㅋㅋ개쩐닼ㅋㅋ" 보다
"매일 종종 느끼는 ㅎㅎㅎ 정도의 즐거움" 을 갖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일이 아예 없는 것처럼 막 혼자 세상을 등진 미친놈처럼 흥청망청 살고 싶다는 게 아니라
매일 빈번히 스스로 ㅎㅎㅎ 웃을 수 있도록 나의 현재에, 하루 하루에 아낌없이 투자하며 살고 싶다는 것이다.
희망을 지닌 자는 괴롭고 기대를 품은 자는 어리석다.
희망없이, 기대없이, 담담하게 내게 주어진 하루 하루를 충실하게 ㅎㅎㅎ 거리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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