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꾸 초등학교 때 찰흙 놀이하던 생각이 난다. 

사실 수업의 일환이었으므로 '놀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아무튼.

난 미술 수업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그 소재가 찰흙일 때는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처음 만지는 찰흙은 꽤 딱딱하고 이상한 냄새도 나는 것 같고 만져보면 거친 모래들도 느껴졌다.

그 조악한 플라스틱 찰흙 받침 같은 거도 싫었다. 그닥 쓸데없는 플라스틱 조각칼 같은 거도 달려있는 게 어쭙잖았다.

그래서 찰흙으로 뭘 만들라고 하면 "이걸로 뭘 만들라고 이놈들아 ㅎ ㅏ 대한민국에서 초딩질하기 빡세네" 이런 생각이나 똥이나 만들자는 생각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나저나 그 시절 찰흙을 요즘도 팔까? 이렇게 말하니 내가 영락없는 틀딱인 게 느껴져서 조금 슬프다.

그건 어떻게 제조되는 것이었을까? 어디 축축한 흙 퍼다가 네모로 잘라서 포장하나 진용진님 도와주세여!! 

 

아무튼 내가 하려던 이야기는 사실 '잘 가다듬는 것'에 대한 것이다. 

어떤 애가 수업 시간에 찰흙으로 결이 정말 곱고 예쁜 구형의 사과를 빚어낸 것을 보고,

"아니 그 비루한 찰흙 너나 나나 같은 것을 썼을텐데 어떻게 저런 걸 만들었지? 나는 그냥 똥만드는 기계인데?"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걔랑 그닥 친하지도 않았고 내성적이었음에도 용기를 내서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봤다.

그러니까 걔가 하는 말이, 

 

"이걸 공모양으로 만들어서, 아주 오랫동안 손으로 만져주면 돼. "

 

왜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직도 그 아이의 이 대답이 종종 머릿속을 맴돈다.

요즘 나는 나 자신을, 내 하루를 가다듬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오랫동안 계속해서 가다듬는 것. 

이게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어느 하나도 쉽지 않다. 

 혜선아 잘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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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두랄루민 at 2020. 10. 8.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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