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지 -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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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주간 눈에 띄게 부쩍 좋아진 상태에 대해 말할 수 있었던, 그래서 조금은 낯설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상태가 많이 호전된다면 와 신난다 꼐이!!!!하면서 조잘조잘 잘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못했다. 어떻게 좋아지고 있는지 요즘은 하루 하루 어떤지, 기쁜 마음으로, 그러나 담담하게 얘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작 거의 한 시간동안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대체 왜
그동안 너무 너무 너무나도 힘들었다. 서러웠고 괴로웠고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그동안의 기억 +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약간의 안도감, 기쁨 같은 것들이 전부 다 엉망진창으로 섞여서 끈적끈적한 즙이 되어 나왔나보다. 나는 순식간에 우리집 원액기처럼 즙짜는 기계가 되어버렸다. 즙짜는 기계 1호 부스터 온! 이다.
어쨌든, 지난 한 달간 유의미한 차도가 있었음이 분명했다. 이럴 때일수록 쉽게 들뜨지 말고, 그 무엇도 쉽게 기대하지 말고, 어떠한 희망 없이, 다만 묵묵히, 가만히 기다린다.
어휴휴 (0) | 2016.1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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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선생님 (0) | 2016.10.07 |
금요일 세션 그리고 주말 (0) | 2016.09.20 |
지난 며칠 그리고 오늘 (0) | 2016.09.13 |
최근 (0) | 2016.09.03 |
목요일 쯤엔 연구 스트레스로 몹시 불안했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람이 많은 것은 무섭고 싫다. 숨이 막힌다.
쓸모없는 자식
역시 안되겠다는 생각
왜 사는거지하는 생각
금요일엔 보름만에 세션이 있었다. 많이 힘들지 않았다. 세션에 가서 대화를 하다보면 간과하고 있던 문제들을 직시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들의 실체에 대해 생각해보면 사실 그렇게 엄청난 놈들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름이 없어 뭐라고 불러야하는지 모를 하늘의 구름같은 것, 두둥실 두리뭉실 굴러다니면서 압도적인 부피로 숨막히게 나를 짖누르던 것들. 그것들에 눈물을 뿌려 아주 작고 단단한 공으로 만들어버린다. 놈들이 두 손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가 되면 그 무게를 느끼고 땅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시늉이라도 해본다.
또 내가 나에게 얼마나 혹독하게 구는지도 알게 된다. 다 내가 어쩔 수 없다면서 모른 척 해왔던 모든 것들이 쌓여서 나를 덮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는 어쩌면 내 생각보다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여태껏 힘들었지만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다. 더이상 나를 몰아세워서도 안되고 세우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동안 외면해온 나를 간호하느라 다른 사람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줄 사람은 정말 나밖에 없다.
주말엔 잠을 많이 잤다. 쓰레기도 버리고 요리도 하고 밥도 잘 먹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사와서 갈아 마셨다. 뒹굴거리기도 하고 보보언니가 선물해줬지만 아끼느라 쓰지 않았던 베쓰볼을 넣고 기분 좋은 목욕도 하고 집안 정리도 했다.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 잘했다.
수면 문제가 지속되어 하루 자면 하루는 못 자거나 낮밤이 완전히 뒤바뀐채 2-3시간 정도 자는 일이 계속 되었다. 금요일에 만나기로 했던 의사선생님과의 약속은 취소해야만 했다. 랩미팅 준비는 엉망이었다. 집중해서 일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설상가상으로 금요일에 의사선생님을 못 만났더니 주말에 먹을 약도 다 떨어지고 없었다. 그것은 사실 나를 몹시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주말동안엔 너무 자거나 가만히 누워있거나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기분 같은 것은 가만히 집 안에만 있었기 때문에 변동이 크지 않았다. 종일 자고 저녁에 일어나서 잠깐 뭔가 먹고 또 잠들었다. 일어나보니 새벽, 몇 시간 깨어있다가 아침에 다시 잠들고 다행히 수업 전에 일어나서 주스도 갈아마시고 학교로 왔다.
금요일에 잡혀있던 약속을 월요일로 옮겼는데 이번엔 내가 아니라 의사 선생님이 약속을 취소했다. 의사선생님 이자식 ? 당장 약 리필이라도 받으러 가야하는데 RX넘버를 알 길이 없었고 나는 무척 초조하고 불안해졌다. 일단 직접 가서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수업 끝나고 바삐 움직이는데 수많은 인파가 쏟아져나왔고 나를 밀치듯이 지나갔다. 어떤 녀석과는 아주 세게 부딪혔는데 안 그래도 불안한 상태여서 그랬는지 나는 쌍욕을 하고 싶었고 순간 화가 났다. 물론 금방 차분해졌고 연구실보다 먼저 헬스센터에 들러 꼭 약을 리필받아야하는데 RX넘버를 몰라서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고 안내 데스크 양에게 설명했다. 그녀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몰랐지만 파머씨 직원 분들에게 다시 물어보니 아주 유려하게 일을 처리해주셨다. 뭔가 미국답지 않은데? 어쨌든 20분 정도 걸린다고 해서 연구실에 짐을 놓고 다시 왔다. 앉아서 잠시 기다리는데, 어떤 애는 약값이 100불 이상 나온 모양인데 자신의 의료보험에 대해서 잘 몰라 곤란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저렇게 약값을 내라고 하면 학생 신분에 당황스럽겠지. 한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의 미래가 제발 이 나라의 것이 아니기를 빈다고 생각하는 찰나 내 약을 받을 수 있었다. 매번 강제로 선택하고 지불하는 학교 의료보험 덕분에 96.27불을 공제받고 10.7불만 냈다. 뭐 일단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연구실에 돌아와 망고 녹차를 우리고 빨리 일단 약부터 먹었다.
이맘 때 쯤엔 항상 간절기를 무시하고 뛰놀던 양키들이 수업시간에 크리넥스 티슈 한 박스 들고 와서 열심히 코를 풀곤 하는데 나도 뭔가 아슬 아슬한 것 같다. 주말동안에도 감기기운이 있었고 지금도 뭔가 재채기나고 콧물나는게 영.. 아무래도 오늘 같은 날은 집에 일찍 들어가면 좋겠다. 오늘 알렉사에게 물어보니 최고기온이 섭씨 26도 정도라고 하고 일교차가 커서 긴 가디건을 입고 나왔다. 바깥은 따뜻한 햇빛이 비치고 있지만 종종 선득한 바람도 부는 그런 날씨. 일명 가디건 날씨. 이런 날씨가 좋은데 이런 날은 금방 도망가버리니 벌써 아쉬워지려고 한다. 오늘 집에는 걸어가고 싶은데. 그래도 될지 판단이 잘 안 선다.
시카고에서 정신 팔려있다가 입은 손가락 화상은 다행히 많이 아물었다. 그렇지. 아물어야지.
오늘의 세션 (0) | 2016.1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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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세션 그리고 주말 (0) | 2016.09.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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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않은 생각 목록 (0) | 2016.08.17 |
주말을 껴서 리트릿 일정이 있었고 월요일 저녁에 애나의 송별회 해피아워 같은 게 있어서 그런지 화요일에 몸살이 나서 정말 24시간 잔 것 같다. 그동안 못 잔 것도 한 몫한 듯. 슬프게도 교수님과 미팅을 목요일로 미뤄야했다.
목요일. 브레이즌 헤드에서 한달에 한번쯤 하는 외식. 보통 햄버거 세트 두 개씩 시켜놓고 생맥 세네잔 마시곤 했는데 이번엔 좀 참고 딱 하나만 먹고 맥주는 두 잔만 마셨다. 충분히 기념비적인 날. 그런데 잠을 전혀 못 잤다.
금요일. 잠을 전혀 못자서 오전 수업에서 졸았다. 그래도 맥북 애플케어 끝나기 전에 다시 리페어센터에 맡기고 연구실에 돌아와서 일도 했다. 문닫아놓고 낮잠도 잤지만 그래봤자 투명문 ........... 망했어요 ^^ 그리고 일을 더 하다가 집에 들러서 짐들고 시카고가려고 공항옴. 몸수색당하고 기분 개나빠져서 맥주 두잔에 윙 먹고 뱅기 느즈막히 탐. 보통 게이트에 엄청 일찍가서 종일 기다리다가 줄서서 뱅기 타곤 하는데 ㅎㅎ 남들 다 타고 첨타봄. 내 캐리어 완전 쁘띠 사이즈인데 맡겨야한다고해서 술김에 내 캐리어 제일 작은 사이즌데 왜 뱅기 선반에 넣으면 안되냐고 막 모라고 그럼 .....결국 하라는대로 했지만 좋지않은 기분 + 술의 힘은 나를 이 바닥의 미친 클레임 우먼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그나저나 왜 출발을 안하고 난리냐 죽을래 진짜!!!!
금요일 세션 그리고 주말 (0) | 2016.09.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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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오 (0) | 2016.08.12 |
최근 기억력이 심각할 정도로 안 좋아지고 있다.
예를 들면,
2년 넘게 산 우리집 호수가 326B인지 C인지 기억이 안난다든가
우리집 주소 혹은 내 전화번호
1-2주에 한 번쯤은 꼭 있는 세션 건물의 위치가 어딘지 모르겠거나 (심지어 내가 내리는 버스정류장 바로 옆)
좀 전까지 하던 일이 뭐였는지 어제 뭘했고 뭘 먹었는지 뭘 하려고 했는지
미팅이 잡혔었는지 혹은 시간 및 장소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 이름 같은 것들
예전부터 당연하게 알고 있던 것들 (친구 지도교수님이 학부 동문, 그러니까 선배라는 사실 같은 것들)
이게 뭔가 깜빡하거나 그런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이런 현격한 기억력 감퇴를 이전에 겪어본 일이 없다. 정말 기억이 안난다. 한참을 생각해야 비로소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마도 저번 달에 바꾼 약의 부작용일 가능성이 큰 것 같다. 보통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따라오는 증상이겠지만 기억력 문제라니 이런 건 처음이라 무척 당황스럽고 자괴감이 크게 든다. 특히 내가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업으로 공부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박탈감이 큰 것 같다. 게다가 기억을 연구하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탄식이 절로 나오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 울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내가 한 일들을 꽤 세밀하게 적어놓고 있다. 무언가 생각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기억이 잘 안나서 이렇게 적어놓은 것을 토대로 생각없이 자동으로 행동할 수 있게끔 일종의 루틴 혹은 습관 사이클,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if문 같은 걸 돌린다고 생각하면 쉽다. 예를 들면 "잠에서 깨서 눈을 뜨면" -> "일어나서 씻는다" 식으로 "~하면" 다른 선택지를 생각해낼 필요없이 "~한다"라는 특정한 행동을 연합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행해야하는 일정이 있다면 무조건 iCal에 저장해서 폰과 연동되게 해놓았다. 원래도 그랬던 것이긴 한데 더 구체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가장 심각하고 고질적인 문제였던 좋지 않은 생각과 무드, 평범한 무기력감을 넘어서서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낮았던 에너지 레벨은 정말 많이 나아졌다. 특히 침대에서 눈을 뜨고 30분 안에 일어나서 씻는 것, 아주 기본적인 집안일, 식사 등이 더이상 어렵지 않다. 기분도 꽤 좋고 에너지도 예전에 비하면 '솟는' 느낌이 든다. 뭔가 약간의 즐거움 내지 동기가 생겼다고 할까. 그 에너지로 집 구석구석에 손을 뻗친 것은 좋은 시도였던 것 같다. 주변 환경 개선도 확실히 되었고 그에 따라 기분도 좋아졌다. 무엇보다 할 일들을 느리지만 조금씩 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상태로 학기가 시작되어서 그나마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밖에는 수면 문제. 낮밤이 완전히 뒤바뀐 채 잠을 제대로 못자고 있었는데 아주 조금 나아지는 듯 하다. 몇 주간은 평균 아침 6-7시에 간신히 잠들어서 2-3시간 정도 잘 수 있었는데 어제는 그나마 새벽 3시에 누웠고 4시 반쯤 깊이 잠들어서 4시간 정도 잤고 오전에 연구실에 올 수 있었다. 아마도 <상승된 에너지 레벨 -> 행동 증가 -> 숙면> 이렇게 된 것이리라 짐작해본다.
지난 며칠 그리고 오늘 (0) | 2016.09.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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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오 (0) | 2016.08.12 |
오늘은 - (0) | 2016.08.05 |
*곰곰히 생각해보고 업데이트 해나가기
*생각을 돌멩이 같은 거로 시각화 -> 궁극적으로 흘려보낸다고 상상
-존나 한심하고 병신같고 소처럼 게으르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이들이 이해해주고 여러 기회가 주어져도 아무 소용 없고 결국 아무 것도 못하는 쓸모없는 자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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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부터 어제까지 참 좋지가 못했다.
좋은 날들이 지속되면 이런 날들도 오는 거긴 한데 자괴감이 너무 커져서 죽고 싶다.
그동안 누워있거나 자거나 가끔 먹었다.
허리도 아프고 열도 나고 해서 얼굴이 괴물처럼 뒤집어 졌다. 무척 간지럽고 아프고 온전한 피부가 없을 정도다. 정말 쌩난리네.
오늘은 간신히 연구실에 나왔다. 바깥 세상은 그동안 좀 더웠구나.
앉아서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있다. 몇 시간 전에는 약을 먹다가 약이 기도에 걸려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아마 우리 연구실 포닥이 발견하지 못했다면 난 그대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버둥대다가 죽었을까? 간신히 약을 빼냈는데 목구멍에 상처가 났는지 피가 자꾸 꼴깍 꼴깍. 아 뭐 이런 일까지..정말 피곤하다 ㅠㅠ
벌써 4시. 콩 줏어먹은 게 전부인데 배도 안 고프네. 오늘은 집을 좀 치우고 마실 물이라도 한솥 끓여놔야겠다.
오랜만에 follow-up 차원으로 만난 의사선생님.
약을 바꾼 뒤로 증세가 빠르게 호전되고 있어서 기뻐했지만
여전히 새벽 5시 정도는 되어야 간신히 자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그래도 예전만큼 죽을 것 같이 괴롭지는 않고
요즘은 'ㅅ' 이런 표정으로 그동안 신경쓰지 못한 집청소를 한다.
어제 오늘..?도 천천히 설거지하고 디시워셔도 돌려놓고 우엉현미차 끓이면서 부엌 정리하고 홍차랑 커피도 냉침시켜두었다. 가만히 누워만 있다보면 정말 먹지도 못하고 물조차 마시지 않아 버리기 때문에 언제든 손만 뻗으면 무언가 마실 수 있게끔 준비해놓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데구르르 굴러서 꿀꺽꿀꺽 정도는 할 수 있게.
거실이랑 식탁도 적당히 정리하고 무엇보다 뿌듯했던 일은 매트리스 커버와 이불 커버를 바꾼 것. 혼자 살면서 가장 힘겨운 일은 아마도 매트리스 커버를 바꾸는 일이 아닐까. 정말 고되다. 이불 커버 바꾸는 것도 힘든데 매트리스는 정말 너무 무거워 ㅠㅠ 그 일을 해내고야 말았습니다. 벌레방지용 완전 쌔삥해서 바삭바삭 소리까지 나는 항균 커버 !! 무지에서 이불커버와 침대 시트를 주문했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냅둘까하다가 잠자는 공간에 신경을 더 써야할 것 같아서 이불커버도 갈았다. 왠지 모르겠는데 이불 커버들은 늘 새 것 같은 느낌이야.
그렇게 새벽에 처언천히 집을 정리하고 이젠 더러워진 나도 씻어야겠다해서 오랜만에 뜨거운 물을 받고 욕조에서 거품목욕을 함. 좋아하는 것은 물을 받기 전에 머리를 감고 양치, 세안, 샤워를 깨끗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물을 받으면서 무슨 입욕제를 넣을지 잠시 생각하고 결정. 그 뒤에 욕조에 들어가서 흑설탕 스크럽으로 얼굴을 종일 문질문질 그 뒤에 평소에 귀찮아서 하지 않는 ㅠㅠ 팩을 두 종류 정도 하면서 욕조에 누워있는 것이 나름의 루틴이다.
그리고 머리를 대충 말리고 버석거리는 이불 속에 들어가서 드디어 자는 것이다.
와 증맬 많은 일을 했군
오늘은 제일 안 운 것 같다. 그리고 제일 덜 고통스러웠다.
내가 말하면서도 상태가 여러모로 많이 좋아진 것을 느낀다.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서 다음 세션은 무려 거의 보름 뒤에 잡혔다. ㅎㅎㅎㅎㅎㅎ 신나
하지만 호전되었다고 해서 큰 희망을 품거나 방심하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기분이 퍽 좋다.
요즘 자꾸 '퍽' 이라는 부사를 쓰게 되네. 왜지? 퍽퍽
학교 관계자 분들을 만났다.
내 상태를 감안해주시고 여러 학교 관계자 분들이 다음 학기에 다른 것들보다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많이 배려해주셨다.
나는 이런 도움과 배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쓸모 없어진 나를 견디지 못하고 곧 쫓아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게 진짜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만히 짧은 상상을 해보았다.
내가 이 모든 것을 이겨낸 훗날 모두의 앞에서
내 어드바이저와 이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