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용건 없이 전화나 문자를 하는 일이 드물다보니 연락을 하고 안부를 묻는 것이 뭔가 직간접적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행위에 불과했다. 그랬던 것을 최근에 달리 생각해볼 계기가 생겼다. 


최근 몇 달 간 새로 사귄 동네 친구와 자주 어울리고 있는데, 그는 매번 아주 사소한 일상에 대해서 묻는다. 아침에 만나면 어제 저녁은 어떻게 보냈니, 오늘 기분은 어떠니, 오늘은 화요일이니까 세미나가 있겠구나, 주말은 뭘하며 보냈니 등등. 처음엔 이 별 것도 아닌 질문들에 왠지 모르게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만큼 타인을 잘 안 만나고 연락을 안 하니 매일 매일 혼자 보내는 시간이, 일상이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져서 뭘 했는지 의식하는 것 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존재는 자극과 불편함일 뿐 혼자 있는 것이 그저 세상 편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어쩌면 나 자신과의 소통마저 단절 시켜 온 것은 아닌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뭘 주로 먹는지, 집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오늘 내 기분은 어떤지 아주 오랫동안 예민하게 의식하지 않았던 거다. 


당연히 타인에 대해서도 이런 질문을 던져본 일이 없다. 정말 별 생각 없이,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이는 또 제법 낯선 과거의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고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에 대해서 끝도 없이 주절거리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제 3자에 대한 험담과 불평. 그 모든 것들이 너무도 너절하고 불쾌해서 더욱더 알고 싶지 않았다. 그에 응대해주거나 그냥 가만히 듣고 말거나 안 궁금하니까 그만 닥쳐라고 말하기 보다 그냥 만나지 않는 것이 좋았다. 심플 앤 세이프 라이프. 그러나 알고 있지 않은가. 심플의 종점은 결국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리라는 것을.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고 관심 갖는 것 마저 그만두면 안된다는 것을.


이것은 나에게 있어, 아주 의미있는 깨달음이었다. 타인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질문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해 생각해본다는 것이 정말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적어도 내게는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하루 하루, 그저 흘러가는 의미 없는 한 시간 한 시간을 붙잡아 의미를 부여하는 것. 마치 이름을 불러주는 것과 같이, 그것의 의미를 눈치 챈다는 것. 달리 말하면 그저 살아간다는 게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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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 어구어구 at 2017. 4. 10.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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